
“2001년, 2011년, 그리고 올해까지. 제가 경험한 수해만 해도 벌써 세 번째입니다. 10년에 한번 꼴로 반복되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드나들던 복지관 앞마당이 물에 잠겼던 집기와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반바지에 장화와 샌들을 신은 복지관 직원들은,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된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 같았다면 여러 프로그램이 한창이어야 할 공간들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특별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모습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일 복지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저녁 9시경부터 쏟아져 들어온 물이 지하를 채우고 1층도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 당시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던 직원들이 부랴부랴 중요한 서류와 집기류들을 책상 위로 올렸지만, 물이 차오르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퇴근을 했던 직원들도 긴급히 복귀했다. 이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수영장처럼 변해버린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했고, 그마저도 어려워 담이 있는 철망을 넘어 복지관으로 들어왔다.
복지관의 위치는 서울 동작구의 보라매공원과 도림천 사이. 도림천에서 범람한 물과 보라매공원 호수에서 넘친 물이 동시에 복지관으로 밀려들어왔다.
복지관의 겪은 침수 피해는 올해로 벌써 세 번째. 10년 전에도, 그 10년 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복지관은 긴급 휴관, 언제쯤 정상화 할 수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복지관 경영지원팀 김기용 팀장은 언제쯤 복구가 가능할지 걱정이 가득했다.
침수 소식에 급히 돌아왔지만 순식간에 들어찬 물에 복지관은 이미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전기 차단이 우선이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물건을 위로 올렸지만, 손 쓸 수 없게 된 곳들이 더 많았다.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 휴관 공지가 올라왔다. ⓒ복지관 홈페이지김 팀장은 “지하에는 보일러와 펌프 등 설비가 있는 기관실과, 보호작업장이 있다. 이곳들은 완전히 침수 됐기 때문에 모든 기계와 물품들이 못쓰게 됐다. 경사로 아래 창고에 보관하던 후원물품과 서류들은 물에 ‘둥둥’ 떠다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방문하지 못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한 방송장비가 물에 잠겼고, 정보화 교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실에 있던 집기들은 물론, 중요한 서류들도 챙긴다고 챙겼지만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실이 침수돼 펌프가 고장나 직수 한 개를 제외하고는 복지관 전체가 단수된 상태고, 전기도 일부만 복구됐다. 침수된 벽과 바닥을 비롯해 건물 안전 점검도 필요하다.”며 “시간과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복지관은 휴관을 공지했다. 침수가 시작된 8일 저녁 11시 30분경 긴급 공지를 올리고 비상연락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다음날인 지난 9일 휴관 연장을 공지했다. 복구가 언제쯤 될지 기약할 수 없어, 휴관 기간은 ‘별도 통보시 까지’로 명시했다.
지하 1층 보호작업장 완전 침수… “못쓰게 된 물건들 보면 허탈”
복지관에서도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서울남부보호작업장이다.
지하 1층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폐기를 위해 끄집어냈고, 지상 1층에 위치한 작업장과 창고 선반 하단에 있던 물건들도 물에 잠겼다.
발달장애인 35명이 일하는 작업장에서는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직접 생산하는 홍삼액기스와, 원부자재를 받아 조립해 납품하는 문구류를 만들고 있다.
작업장 김춘만 시설장은 “홍삼액기스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생산된 물량이 많았다. 특히 지하 1층에는 문구류 관련 두 달 분량이 있었는데, 반은 이미 작업을 완료해 납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업체에서 어떻게 피해보상을 요구해 올지 큰일.”이라며 “물에 잠긴 물건들은 다 폐기해야 한다. 금전적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일주일 정도 쉬도록 했는데, 다음주에는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다.”며 “이전에도 침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지하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런 환경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아동 위한 치과 장비도 침수 “10년 전에도 침수 피해… 대책 필요”
복지관 1층 진료실에 마련된 치과진료 장비도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치과용 유니트 체어(진료대)를 비롯한 고가의 진료장비와 관련 용품들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박혜경 담당자는 “침수 소식을 듣자마자 복지관에 돌아왔지만, 주차장을 거쳐야 하는 입구로는 들어올 수 없어 보라매공원 쪽 철망으로 된 담을 넘었다.”며 “전기가 차단돼 어두운 복지관으로 들어와 보니, 내 마음도 깜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물이 빠져나간 뒤 장비를 말리고 점검 중인데, 복구가 될지 모르겠다.”며 “발달장애와 뇌병변장애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의사와 치위생사들이 주말에 진료봉사를 하던 곳이다. 빨리 회복돼야 진료를 이어갈 수 있을 텐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데 우려를 더했다. 박 담당자는 “10년 전에도 이곳에 침수 피해가 있었다. 당시보다 이번이 더 심하다.”며 “복구는 둘째 치고 대책이 필요하다. 펜스를 만들거나 배수시설을 개선하거나 뭐라도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10년 주기로 반복된 복지관 침수 “근본적 대책 필요해”
특히 복지관측은 당장의 복구만큼,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
복지관 이수정 관장은 “내가 기억하는 침수 피해만 해도 벌써 세 번째.”라며 “2001년, 2011년, 그리고 올해까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관은 보라매공원 호수 쪽 경계와 맞닿아 있고, 바로 옆으로 도림천이 흐른다.
폭우로 도림천과 보라매공원 호수가 넘치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복지관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침수가 발생해 왔다.
복지관 앞에는 위치한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도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다행이 이곳은 남부복지관보다는 지대가 높아 지하 침수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 관장은 “세 번의 침수 피해 중 올해가 가장 심하다. 물이 복지관을 덮치듯 밀고 들어온다.”며 “장기적으로 원천적인 문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미 코로나19로 이용자들이 장기간 복지관에 오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에 이번 일까지 겹쳐 걱정이 많다.”며 “신속하게 복구해 부분적 운영이라도 시작하려고 고민 중이다. 우리 상황을 같이 고민하고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1일 복지관에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찾아와 현장을 점검, 복지관 관계자들을 만나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했다.
앞서 서울시 장애인이용시설팀 관계자는 폭우가 시작되던 지난 8일 저녁부터 복지관 측과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확인해 왔다. 관계자는 “이번 폭우로 서울시에 복지관 등 10여 곳의 기관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며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 마련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마루 서울시 명예시장도 현장을 찾았다. 박 명예시장은 “침수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다. 현장에 와보니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복지관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